운치 있어 보이는 바에서 한 남자가 앉아있다.
A군. 그는 소개팅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바의 출입구 문이 열렸다.
女: 오래 기다리셨나요?
A군: 아닙니다.
보랏빛 향기가 느껴지는 청초해 보이는 얼굴에 김제동도 눈이 번쩍 뜨일 듯 한
그녀의 모습에 A군은 두 손을 꽉 쥐고는 속으로 되뇌었다.
[땡스 모건! 이게 꿈은 아니겠죠!!!]
그녀가 의자에 앉도록 에스코트하고 간단하게 음식을 시킨 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는데...
A군: 아버님께서 사업을 하신다고요?
女: 네. 여러 가지 사업을 하시는데, 최근에는 서바이벌 사격장 사업도
시작하셨어요. 얼마 전에 신문에도 나왔는데... 들어보셨나요?
[실제제작 제3보급창고 A롱 스나 ‘쩔’] 이란 기사도 나왔어요.
여성의 대답에 A군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들어본 그 기업의 규모는
준 재벌 이상... 그런 집안의 영애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의 소개팅녀.
A군은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A군: 아. 그런 사업을 하셨군요. 그런데 아버님이 하시는 사업규모와 다르게
옷이나 하시는 행동이 꽤 검소한 것 같아서요.
女: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뭐 아버지께서 사주신 물건은 어쩔 수 없지만,
제가 직접 사서 쓰는 물건들은 그렇게 비싼걸 좋아하진 않거든요.
얼마전에는 수입차에 수원시청 츄리닝에 삼선슬리퍼를 신고 타고 돌아다니니까.
경찰이 도난당한 차인 줄 알고 잡더라고요.
A군: …….
잠시 정신이 벙찐 A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 여자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혼란스러워진다. 집은 잘사는데 검소해, 얼굴도 이쁜게 마음도 착해, 연애를 하다가
큰 상처가 있는 거 같은데 뭐 이리 해맑아... 무슨 아침드라마가 건전버전으로
튀어나온 듯 한 모습으로, A군의 머리 속을 들볶는데...
A군: 참 오늘 그쪽을 보니 제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네요.
女: 왜요?
A군: 그쪽 같은 사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女: 그럼 팔뚝이라고 꼬집어보세요. 꿈이라면 그게 아프겠어요?
소개팅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팔을 꼬집어보는 A군.
A군: 아픈데요?
女: 꿈은 아니네요.
정말 이 상황이 꿈은 아니니라! A군은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는데
도중 상대 여성의 전화벨이 울린다. 곱게 전화를 쥐고 하는 그녀.
조용조용 말하는 그녀의 입에서 외국어가 조금씩 흘러 나온다.
女: ……구텐탁 …… 다이슬러 짱 …… 올리버 칸은 바나나 하나 추가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독일어에 A군은 입을 벌릴 뿐이었다.
한참동안 그녀의 통화가 끝이났다.
A군: 독일어가 아주 유창하시네요.
女: 예. 예전 고교시절에 제 2외국어로 열심히 배웠거든요.
A군: …….
女: 왜요?
A군: 왜긴 왜야! 이 씨발 꿈이잖아!
자리에서 일어난 A군.
A군: 거봐 꿈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