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5일
(1) Four Guy - Welcome
Four Guy - Welcome
지난달 개인사정으로 퇴사한 ▲▲선배가 있다.
고향 고등학교 선배이자 나에겐 직계 사수였던 ▲▲선배.
그런 선배가 마지막으로 출근했던 날 저녁.
선배는 나에게 마지막 선물이라며 가보라고 알려준 장소가 있다.
강남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건물.
매주 금요일 짧은 계단을 통해 2층 술집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개성(?)의 그들이 있다고 했다.
분명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선배. 어딜 봐서 개성지다는 거죠?’
선배의 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 술집에는 마스터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선배가 설명해준 인상착의와 똑같은 한 남자가 있었다.
정장위에 입은 짙은 회색의 프렌치 코트.
20대 후반의 나이로 보이며 옷을 입는 스타일도 또래에
비해 젊은 편이고 안경 속 숨겨진 시선을 직시할수록
흐릿하게 보여 감정마저 보이지 않는 듯한……
보면 볼수록 왠지 느낌이 20대 같지 않지만 왠지 평범해 보이는 사내.
그런 그의 입에서 청산유수 같은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안녕하십니까. ▲▲군이 보내신 분 맞죠?
전 전통 있는 남성 사교클럽 [Four guy]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영감’ 이라고 합니다.“
‘아 그래. 이 양반 능구렁이를 20마리쯤 머금은 영감탱이의
느낌이 난다.’
맨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자기소개에도
나는 영업으로 쌓인 슬픈 경험치 덕에 미소를 띄우며 답한다.
“네 저는 ▲▲ 선배의 소개로 온... ”
나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영감’이라 밝힌 남자의 손이
나의 입을 막았다.
영감: 잠깐. 거기까지.
저희 클럽에서 자신의 본명을 말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 [Four guy] 회칙.
▶회원은 회원 간 본명을 밝히거나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데 방해하는 것은 분명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선배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이 말해주었었다.
‘그곳은 우리가 하는 영업의 장소도 아니고 또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사교장소도 아니야. 다소 물의(物議)있는 행동에도 참고 기다려야 돼.’
영감: 당신은 저와 기존 회원의 찬반 투표로 클럽 가입이 결정 될
때까지 ‘인턴’이란 호칭으로 불릴 것입니다.
‘인턴’이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인턴은 대우도 못 받고, 월급도 못 받고,
인정도 못 받으면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가장 힘들어 해야 하는
사람을 뜻한다.
추가로 대한민국의 행정인턴은 90%가 백수가 되는 비루(悲淚)한
처지의 사람을 뜻한다.
나도 인턴 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운 좋게 정직원이 되었다.
하지만 지옥 같았던 그 기간.
인턴이란 단어는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영감: 일단 여기 가입양식에 서명을 하시고……
“잠깐!”
이번엔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트라우마에 흥분한 나는 얼마나 숨이 급해졌는지
뿜어져 나오는 콧김이 나오기 무섭게 다시 코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제가 왜 ‘인턴’기간 까지 겪어야 하는 클럽에 들어야 합니까?
제가 인턴기간 까지 감수해야 하는, 클럽의 장점이 있으면 하나
말씀해 보십시오!”
말을 마친 후 물을 찾으러 테이블을 바라보니
흰 물 잔이 빨개진 내 얼굴에 붉게 물들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영감’은 피식 웃더니 답했다.
영감: 저희 클럽에선 클럽 회원 간 서로의 경조사에 경조사비(慶弔事費를
부담하는 것은 금지 되어있습니다.
“……………”
영감:그 누구든, 어떠한 경우에든지 간에 경조사비를 내는 것은
금지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가입양식은 어디에 있죠?”
서글픈 사회초년생. 술자리보다 무서운 것은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경조사 소식이다.
# by | 2009/10/25 04:41 | four guy | 트랙백


